셰프의 레시피, 보호받을 수 있나요
본문 바로가기
생활 속 법률

셰프의 레시피, 보호받을 수 있나요

by 미덕 의 2022. 5. 31.
반응형

TV  프로그램과 유투브에 등장하는 '맛집의 주인장은 비밀스러운 재료나 오래된 비법을 영락없이 자랑한다. 그런데 만일 유난히 맛있는 음식의 조리법을 누가 훔쳐다 몰래 사용하는 경우 영업비밀을 보호받을 수 있을까?  답은 '그때그때 달라요' 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로 영업비밀을 보호한다. 위 법상 영업비밀의 정의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 방법, 판매 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다. 그런데 이것만 갖고는 도데체 무엇을 영업비밀이라고 하는 것인지 당체 종잡을 수가 없다. 따라서 영업비밀을 둘러싼 재판에서는 대부분 원고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부터 다뤄진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수 나라에서 영업비밀을 만족시키려면 3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그리고 '비밀 관리성'이다. 비공지성은 이 비밀이 이미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아닌지의 문제다. 경제적 유용성은 해당 영업비밀이 경제적 가치를 지녔는가를 파고든다. 비밀 관리성은 개인이나 법인이 해당 비밀을 얼마나 비밀로서 스스로 잘 관리하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기업 입장에서 비공지성이나 경제적 유용성은 통제할 수 없다. 기업이 스스로의 힘으로 관리가 가능한 부분은 '비밀관리성'뿐이다. 따라서 영업비밀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이 비밀이 널리 알려져 있는지, 경제적으로 유용한 정보인지 상세히 알아놔야 한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경제적 유용성도 없는 정보는 '영업비밀'이라고 내놔봐야 법원의 외면만 받을 뿐이다. 즉 정보의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을 사전에 파악하는 노력은 필수다. 우리 법원은 영업비밀 보유자의 예방 조치 내용, 정보에 접근을 허용할 영업상의 필요성, 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사이 신뢰 관계의 정도, 경제적 가치, 영업비밀 보유자의 사업 규모와 경제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를 총합해 영업비밀 보유자가 들인 노력의 정도를 판단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경제적 능력 등을 고려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의 노력으로도 비밀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다시 셰프의 영업비밀을 들여다 보자. 정답은 있다. 아무리 특별한 조리법이라도 누구나 아는 전형적인 메뉴의 조리법이라면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어렵다. 예컨대 일반적인 튀김을 하는 온도가 140도에서 180도사이라면 그중 160도에서 동일한 시간 동안 튀기는 기술은 영업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 아마도 흔히 손맛이라 이야기하는 음식을 조리하는 기술 또한 옆에서 보고 배우면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영업비밀에 해당된다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만일 특별한 비밀 재료를 넣고 120도에서 튀기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요건을 만족하더라도 비밀유지에 실패하면 영업비밀로 인정받지 못한다. 재판에서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어려운 조리법과 같은 비법은 절대 유출해서는 안 된다. 만일 종원원에게 비밀 조리법을 가르쳐줄 수밖에 없다면 그가 경쟁업체를 열지 않도록 계약을 맺거나 인간적으로 잘 다독일 일이다. 

   ( 매경 ECONOMY   2022. 5. 25 ~ 5. 31  2160호   글쓴이 : 김연학 법무법인 변호사 ) 

 

반응형

'생활 속 법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대차 계약기간  (0) 2022.06.11
성년 후견제도  (0) 2022.06.06
상대방 불법행위 막고 싶다면  (0) 2022.05.22
칭찬도 위험해요  (0) 2022.05.21
해외직구 - 밀순꾼이라고요  (0) 2022.05.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