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소주를 잘 먹을 것 같아' '너는 연하를 많이 만났을 거야' 회식 자리에서의 위와 같은 대화가 문제 돼 직장 내 괴롭힘 여부에 대한 자문을 한적이 있다. 회식 중 상사로부터 이 같은 발언을 들은 여성 직원은 굉장한 불쾌감을 드러냈고 회사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아마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기 전이라면, 이슈가 되지도 않았을 일이다. 그런데 법은 이미 시행됐고, 더 이상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이제는 발언도 문제시 된다. 이 발언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까? 직장 내 괴롭힘 조건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직장 내에서의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둘째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것이어야 하고, 세째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줘야 한다.
여기서 '소주를 잘 먹을 것 같다' 는 발언의 진의를 살펴보아야 한다. 다른 술도 아닌 굳이 '소주'를 잘 먹을 것 같단다. 소주와 단짝인 맥주와 비교하자면, 소주는 왠지 더 깊은 애환을 갖고 있고, 더 주당인 사람이 즐겨 찾는 센 술이다. 그만큼 해당 여성 직원이 '평소에도 강한 술을 즐겨 마시고 술도 이길 정도의 강한 케릭터'라는 의미 정도로 이해가 간다. '연하를 많이 만났을 것 같다' 는 발언은 카리스마 있고 남자를 리드할 수 있는 여성의 특징을 에둘러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거칠고 남성을 쥐락펴락하는 강한 여성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평가한 것일 수도 있겠다.
이처럼 애매한 표현들이 직장 내 괴롭힘이 될지는 사실 발언 자체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발언 경위와 상황. 발언 전후 대화 내용, 맥락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 소주를 잘 먹을 것 같다거나, 연하를 만났을 것 같다는 표현도 그런 발언이 있을 있을 법한 분위기에서 칭찬의 의도나, 그 사람의 성향을 담백하게 표현하는 정도였다면 문제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의뢰받은 사건에서는, 여직원의 강한 개성과 캐릭터를 공개 회식에서 이야기해 그 여직원을 '창피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가 발견돼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법률 자문을 요청한 의뢰인에게 '직장 내 괴롭힘이 되는지는 범에서 규율 하지만 그 판단은 상식입니다.' 라는 말을 자주 하고는 한다. 그런데 막상 케이스를 접해 보면 애매한 영역이 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당사자의 의도와 발언의 경위 이유도 자세히 들어보고 판단을 한다. 이 점을 깊이 생각해 보면 가해자나 피해 당사자도 그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거나 혹은 그, 정도로 문제 되지는 않겠다는 점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래도 판단이 잘 안 선다면, 우선 상대방에 대한 무한 관심이나 무한 칭찬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선의로 한 발언이라도, 상대방이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오늘 스타일 좋네요' 라는 표현도 상대방이 듣고 기분 좋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불편할 수 있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다. 삭막하고. 정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상대방의 신체, 성향, 개인 신상에 대해서는 발언을 자제하자. 정말 상대방과 소통하고 싶다면, 누가 들어도 불편하지 않을 발언을 상식적으로 고르고 또 고르자.
(매경 ECONOMY 2022. 4. 6 ~ 4. 12 2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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