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는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는 제우스와 포세이돈이 바다의 여신 테티스를 두고 싸우다가 테티스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아버지를 능가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인간 영웅 페레우스에게 시집을 보내는 스토리가 나온다.
올림퍼스산에서 열린 결혼식에 모든 신들이 초대를 받지만 유일하게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 초대받지 못한다. 에리스는 잔치에 재 뿌리려고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 라고 쓴 '황금사과'를 던지고 가버려 헤라와 아테네와 아프로디테가 서로 자기 것이라고 다툰다.
난처해진 제우스는 인간들 중 가장 미남인 트로이의 둘째 왕자 파리스에게 누가 제일 예쁜지 판결해달라고 청한다. 여신들은 그에게 잘 보이려고 헤라는 '강대한 권력' 아테네는 '전쟁에서의 승리'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선물로 약속했다. 정력이 넘치는 총각 파리스는 주저 없이 아프로디테에게 황금 사과를 넘겨줬다. 그런데 아프로티테가 추천한 여인은 하필이면 유부녀였다.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를 데려오는 바람에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다.
남자는 왜 예쁜 여자만 보면 난리가 날까? 남자들은 시각적인 존재인 데다가 생식에 유리한 여자를 선택하려는 무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건강한 뜻이고,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기 좋은 여자로 여겨진다. 외모는 그 사람의 외면적, 내면적인 다양한 정보를 투영하고 있는데, 뇌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거기다 외모지상주의는 인간 본성에 기반을 둔 무의식적인 선호 행동이다. 기원전 600년 여류 시인 사포는 '예쁘면 다 착하다' 고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도 '사람의 외모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천장'이라고 말했다. 시쳇말로 '예쁘면 다 용서가 된다'는 말이다.
미모는 권력이다. 나이나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예쁜 여자만 보면 남자의 눈빛이 흔들린다. 예쁜 여자가 받는 혜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남녀노소가 다 친절하게 군다. 갖은 머슴 짓을 다 해서 예쁜 여자와의 결혼에 성공한 남자는 남들 보기에 멋져 보인다. 처음에는 보고만 있어도 좋지만 자꾸 보면 언제부턴가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겉모습은 한순간이다. 달도 차면 기울듯 아무리 아름다운 여성도 시들기 마련이다. 또 다른 매력이 없으면 실증이 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예쁜 아내를 만족시키기 위해 코피 나게 노력해야 한다. 누구나 잘해주니 웬만큼 잘해줘서는 티도 안 나고, 혹시나 누가 채 갈까 봐 걱정이다. 이제 아내가 아니라 상전이다.
사르트와 동거했던 시몬 드 보부아르는 '사람은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 이라고 했고, 헬레나 루빈스타인은 '못생긴 여자는 없고 단지 게으른 여자만 있을 뿐' 이라고 했으며, 사마천은 '사기열전'에서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몸단장을 하는 것' 이라고 썻다. 타고난 외모야 어쩔 수 없다지만 남편을 위해 꽃단장을 하고, 지식을 쌓아 자신감에서 나오는 내면의 빛으로 스스로를 채우면 어느 순간 '가장 아름 다운 여인'으로 남아 있는 오드리 헵번을 닮아가고 있지 않을까?
( 매경 ECONOMY 2022. 5. 11 ~ 5. 17 2158호 글쓴이 : 성경원 가천대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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