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 국가로 전락했다. 코로나 19라는 특수 상황 영향이 있겠지만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한다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인구 감소의 재앙적 피해에 대해서는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일본이 30년 넘게 장기 디플레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저출산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일본 출산율이 전후 최저인 1.57명을 기록한 시점이 1989년이고, 2년 후 일본 경제는 꼭지를 찍고 버블 붕괴에 들어갔다. 당시 일본에서는 '1.57 쇼크'라 부르며 저출산 대책을 마련했지만 추세를 꺾지 못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일본보다 한국이 더 심각하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 81몀으로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 0명대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만 해도 2020년 기준 출산율이 1.3명이다. 테슬라의 일본 머스크 최고 경영자가 인구 감소를 근거로 '일본 소멸론'을 경고했지만 실은 한국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의 저출산은 올해도 이어진다. 올 1분기 합계 출산율이 0.86명으로 같은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19년 1분기 1.02명을 기록한 이후 12분기 연속으로 1명을 밑돌고 있다. 1분기 출생아 역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8% 감소한 6만 8177명으로 같은 분기 기준 역대 최소 기록이다. 이런 상황인데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인구 문제가 멀어진지 오래다. 인구 대책은 국가의 중요한 성장 전략이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의 국정과제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성장 엔진을 복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놨는데, 이를 끌고 갈 대한민국 인구가 줄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인구 대책을 세 번째 국정 목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라는 복지 정책에 갖다놨다.
인구 대책을 이끌고 갈 거버넌스 개편에는 의지조차 없다. 인구 문제 컨트롤타워는 2005년 일찌감치 만들어졌다. 대통력 직속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복지부 장관, 경제부 총리, 교육부 장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지만 그동안 보여준 성과는 미미했다. 정부의 힘 있는 장관들이 줄줄이 참여했다는 건 반대로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인구 대책을 전담하는 정부부처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고, 최근 여당 원내대표가 여성가족부를 인구가족부로 바꾸겠다고 나서더니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더 큰 걱정은 인구 감소와 저성장의 악순환이다. 저성장으로 소득이 줄면 결혼과 출산이 감소하고 인구가 줄면서 저성장이 더욱 심화된다. 인구 감소가 가장 빨리 진행된 나라, 일본을 향하던 '국가 소멸론'이 곧 한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치한다면 정부의 기본적 소명을 저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매경 ECONOMY 2022. 6.1 ~ 6. 7 2161호 글쓴이 : 임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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